주말을 맞아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았다.
친구가 사는 곳은 뤼데스하임 암 라인(Rüdesheim am Rhein, 이하 뤼데스하임).
라인강변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귀여운 동네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와 골목골목 돌아다니다 보면 식당에 한국어로 된 메뉴판을 찾아볼 수 있다.
뤼데스하임의 강 건너 도시인 빙엔 암 라인(Bingen am Rhein, 이하 빙엔)에서 뤼데스하임까지 다리가 놓여있지 않아
우리가 사는 곳에서 자동차를 타고 그곳을 가려면 비스바덴(Wiesbaden)을 거쳐 빙 둘러가야 해 90km를 달려야 하는 반면
(약 한 시간 십오 분 정도 소요),
빙엔에서 그곳까지 페리(배)를 타고 건너가면 차로 45km만 가면 된다.
집에서 빙엔 암 라인까지는 30분이면 금방 도착하니 그곳에서 배를 타고 5분만 건너가면 금방 친구의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시간도 절약되고 운전도 덜 해도 되므로 편안하고 여러모로 장점이 많아 기름값이 오른 후로 우리는 배를 타고 건너간다.
편도 1인 티켓 가격은 2유로 20센트. (2021년 4월 10일 기준)
우리는(2인) 왕복으로 총 8유로 80센트를 냈다. (한국 돈으로 약 만원)
베트남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어릴 때 독일로 건너와 이곳에서 자란 친구는 요리를 참 잘한다.
손이 빨라 뚝딱뚝딱 썰고 다듬고 씻고 진짜 볼 때마다 놀라운!
오후 3시쯤 도착한 목마른 우리에게 친구는 버블티를 선사했다.
쫀득쫀득 이렇게 맛있을 수가!!! 저번에 프랑크푸르트 한인마트에서 사 온 타피오카 펄은 아무리 오래 끓여도 여전히 속은 딱딱하고 화학적인 맛이 나서 먹기를 포기했는데 이건 한국에서 먹던 학교 앞 버블티 가게 싼큐의 쫀득한 타피오카 펄이 아닌가!!!
친구는 아시아마트에서 파는 모든 펄을 섭렵하고 최상의 맛을 찾아낸 것이었다ㅋㅋ
눈이 번쩍 떠진 나는 다음 아시아마트 원정 시 내 타깃을 정했다! 바로 이 버블을 사겠어!!
버블티 마시며 보드게임 한 판 하고나니 금세 저녁 먹을 시간!
오늘의 메뉴는 베트남식 샤브샤브!
양파와 마늘을 볶고 닭 육수를 넣고 토마토와 파인애플 레몬그라스를 넣어 푹 끓여낸 육수에
청경채, 버섯, 소고기, 새우, 고기완자, 두부 등을 넣어 건져먹는 황홀한 메뉴였다.
물론 쌀국수와 라면사리도 빠질 수가 없지.
요리를 먹기 전 친구는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다 같이 냄비에 개인 젓가락으로 퐁당 빠트려서 먹어도 괜찮아? 독일 친구들은 그렇게 못 먹어서.."
아무래도 샤브샤브는 그렇게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부분에서 서양과 아시아의 문화 차이가 확 다가온다.
그래서 집에 독일 사람들을 초대하면 하기 어려운 메뉴들이 많이 있다.
한 번 시어머니를 초대해 밀페유나베를 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엉성한 저녁이 되어버린 악몽이 되살아난다 뜨아
아무튼 다 같이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고 퐁당퐁당 먹고 싶은 것을 빠트려 먹으며 마치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낀 고마운 저녁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다 어느새 9시가 가까워오고 우리는 배를 놓치기 전 인사를 하고 친구의 집을 나섰다.
코로나와 추적추적한 날씨 덕에 거리엔 사람이 없어 텅 빈 깜깜한 거리를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서둘러 걸었다.
왜 이럴 땐 자꾸 누가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인짘ㅋㅋㅋㅋ 계속 둘이 뒤를 돌아보며 쫄보 둘은 걸음을 재촉했고
선착장에 도착하니 배가 없고 저 건너편에도 배가 보이지 않아 둘은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일단 기다렸다.
마지막 배는 여기서 10시에 출발하는데 분명 배가 올 것이다..! 와야만 해...
좀 기다리니 배는 도착했고 우린 서둘러 배에 올라탔다.
겨울 패딩을 입은 덕에 차가운 강바람에도 몸은 따뜻했다.
왜 배만 타면 뭔가 타이타닉 노래 부르면서 포즈 한 번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 에브리나잇 인 마이 드림스~ 아이 씨유 아이 필유~
혼자 노래 부르며 5분의 낭만을 즐기고 배는 빙엔에 잘 도착했다.
날씨는 궂었지만 좋은 친구들과 보낸 하루는 정말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주었다!
신나게 롤린 부르며 집에 도착해 "베를린 베를린" 두 편을 더 보고 우린 깊게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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