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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일상

독일 시골 동네에 양념치킨을 판다고?

by 리얼독일 2021. 4. 21.

화요일 오늘은 이번 주 중 가장 따뜻한 날.

퇴근 후 남편과 잠시 산책하러 가벼운 봄 잠바를 입고 나갔다가 쪄 죽는 줄 알았지 뭐예요.

바로 벗고 허리춤에 매어버린 잠바.

이렇게 좋은 날씨에 집에만 있기 아까워 산책 후 남편과 옆동네 타이 음식점에 테이크아웃을 하러 가기로 했어요!

날씨가 다했다

시아버지가 선물해주신 스티비 원더 CD를 들으며 창문을 활짝 열고 봄바람을 맞으며. 내일 재택이 아닌 회사 출근이라 뭔가 깝깝한 기분을 날려버려요.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마약이 맞나 봐... 키야..죽인다

뻥 뚫린 길

저 오른편은 모두 포도밭이에요. 와인으로 유명한 우리 동네. 포도밭을 따라 산책하면 그처럼 평화로울 수가 없답니다.

집 근처 동네 Kirn (키은)

Kirn(키은)에 도착! 이곳에 바로 그 독일에서 1등 한 젤라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요. 저 중앙에 있는 분수는 어린이들과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날씨가 좋은데도 몇몇 아이를 제외하곤 휑하네요.

 

이 작은 동네에 엄청나게 맛있는 타이 음식점이 있답니다!

타이 음식점 Panoy (파노이)

타이 음식점 Panoy (파노이)는 태국인인 어머니와 그의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데요

저번에 남편과 한 번 먹으러 갔을 때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나네요.

 

독일에 있는 아시아 식당이라 하면 보통 천편일률적인 음식만을 팔아요. 간장으로 양념하고 채소가 들어간 면, 밥 요리.

튀긴 오리, 닭과 밥. 뭐 이런 보통 진짜 아시아에 가면 이런 음식점은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요?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이건 독일인이 생각하는 "아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라고 말하곤 하는데요ㅋㅋ

여긴 정말 딱 먹어보고 이야 이거 뭐지? 진짜 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인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음식은 어머니와 아들이 직접 만들고 예를 들어 춘권도 다른 아시아 식당은 냉동된 것을 사서 튀겨 파는데 여기는 매일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다고 해요. 그만큼 정성이 들어갔겠죠?

 

저 어머니 캐릭터도 태국에 있는 남동생이 직접 디자인해주었고 곧 여기로 와서 함께 운영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매우 열정적인 젊은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박수를 치고 싶었답니다.

나랑 동갑인데 되게 멋있다.. 인생을 멋지게 꾸려가는구나!!

벽에 걸린 메뉴판

메뉴는 이렇습니다!

직접 만든 춘권

만두

계란볶음밥(채식 또는 닭고기 추가 가능)

볶음면(채식 또는 닭고기 추가 가능)

바질과 가지가 들어간 타이그린커리

매주 바뀌는 스페셜 메뉴

 

이번 주의 스페셜 메뉴(사진의 오른쪽)는 꿀소스로 버무려진 닭이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이걸 보고는 와 이거 뭐지 아무리 봐도 양념치킨 비주얼인데 싶어서 꼭 가봐야겠다 마음을 먹었답니다.ㅋㅋ

(먹는 데에는 실천력 매우 강한 스타일)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춘권도 맛보고 싶어 저희는 스페셜 메뉴와 춘권을 시켰어요.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춘권

귀염뽀짝 한 종이에 싸진 춘권과 스위트 칠리소스가 먼저 나왔어요.

너무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나요?

기다리는 동안 에피타이저로 먼저 맛을 봅니다.

춘권 속

속은 이렇게 생겼어요. 숙주와 당근, 당면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있네요. 갓 튀겨져서 겉은 바삭 속은 채소즙이 가득한 신선한 춘권이었어요.

다시 한번 느끼지만 지구 상의 어머니는 모두 최고의 요리사인 것 같아요. 갓 마더!!!

서비스로 주신 마차라떼

호호 불어가며 춘권을 먹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마침 마차라떼를 끓이는 중이었다며 맛보라고 주셨어요.

태국에서 공수해온 마차라고 하는데 와.. 그 향이 정말 좋았어요. 자스민 향이 물씬 나면서 달콤한. 최고의 마차라떼!!!

저번에 왔을 때도 곧 런치 하려고 하는 마차라떼인데 한 번 맛을 봐줄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당연히 좋다고 했었는데 그때 먹고 

와 독일에서도 이런 맛이 가능하다니!! 넘 황홀했었는데 이번에 또 주시다니.. 그럼 저희는 너무 감사합니다. (꾸벅)

여기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아마 마차라떼를 개시하면 여기 줄을 설 학생들이 예상이 가네요. 저는 이게 잘 되면 버블티도 좋은 생각일 것 같다고 했더니 사장님께서 손뼉을 딱 치시며 본인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셨던 그 날. 우리는 동갑내기 친구가 되었답니다ㅋㅋ

동갑내기 열정적인 사장님의 성공을 기원하며! 마차라떼 원샷!!

테이크아웃!

양념치킨이 나왔어요!!! 우와아아아아 치느님을 이 시골에서 영접할 줄이야!!!!!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

식기 전에 이 동네의 엄청나게 큰 벤치에서 작은 피크닉을 즐기러 갑니다!

왕벤치

엄청난 자이언트 벤치죠? 약 3년 전에 남편 생일맞이 여기서 피크닉을 즐기며 첫 브이로그를 찍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오글거려서 못 보는 소중한 그 비디오.. youtu.be/YmC5GNMGCVg

따끈따끈한 저녁밥

송골송골 김이 맺힌 아직 따뜻한 맛있는 치킨을 먹어볼까요?

갬성샷 하나
미쳤어

치밥!!! 이것은 치밥입니다. 너무 흥분해버렸어요. 와 저 비주얼. 한국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죠?

사장님께서 태국에 있을 때 이모께서 한국 양념치킨을 한 번 해주셨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 만들어 시범 메뉴로 시도해보시는 거라고 해요.

근데 너무 인기가 좋아서 정식 메뉴가 된다는 행복한 뉴스를 전해주셨죠. 오예!!!!!!!! 그래 독일인들도 양념치킨엔 어쩔 수 없군.

치킨님. 영혼을 팔게요.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는데 치킨을 튀겨버렸으니 뭐 이건 맛없을 수가 없죠? 바삭바삭 맛있었어요!

양념도 오리지널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놀랄 만큼 맛이 났답니다.

남편은 제가 만든 양념치킨이 더 맛있다는데.. 흠흠.. 뭔가 자랑하는 것 같은데 이미 해버렸죠~~~??ㅋㅋㅋㅋ

궁금하시면 독일 오세요!! (큰 소리 떵떵) 제가 한 번 해드립니다 여러분!!!!! 드시고 판단해주세요ㅋㅋㅋ

 

한국인 한 명도 없는 이 시골에 양념치킨을 발견한 역사적인 날입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축배를 들어주세요!!

 

그럼 뻘소리 마치고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총총. 치킨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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